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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Architecture

퀀트봇 실거래 시작 - 소액으로 넘은 첫 관문, 그리고 첫 주의 사고들

by 라베덕 2026. 8. 12.

몇 달간 모의계좌로만 검증하던 시스템이 드디어 실제 돈이 오가는 계좌를 열었습니다. 소액으로 조심스럽게 시작했는데, 첫 주부터 예상 못 한 일들이 있었습니다

이번 주, 드디어 실거래 계좌로 자동매매를 시작했습니다. 처음 이 프로젝트를 시작한 지 꽤 됐는데, 그동안은 계속 모의계좌 안에서만 이 시스템을 검증해왔습니다. 이제 소액으로, 진짜 제 돈이 오가는 계좌에서 처음으로 매매가 이뤄졌습니다.

여기까지 오는 길

여기까지 오는 동안 두 갈래로 준비를 해왔습니다. 하나는 사람 승인 없이 AI 판단만으로 계속 매매하는 트랙을 모의계좌에서 먼저 돌려보는 것(새 창)이었고, 다른 하나는 실제 돈이 나가는 순간에 필요한 안전장치들을 미리 설계해두는 것(새 창)이었습니다. 둘 다 실거래를 시작하기 전에 최대한 의심하고 검증해두자는 생각에서였습니다.

지난 주말엔 실거래 확대를 앞두고 마지막으로 전면 점검을 했는데, 여기서 진짜 중요한 문제 몇 개를 발견해 고쳤습니다. 이 점검을 끝내고 나서야 비로소 "이제 시작해도 되겠다"는 판단이 섰습니다.

결정은 그날 바로 내려졌다

실거래를 시작하는 순간은 거창하게 준비된 이벤트가 아니었습니다. 점검이 끝났다는 판단이 서자, 그날 바로 시작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첫 라운드는 평소처럼 텔레그램으로 매매 제안을 받고 직접 승인하는 방식으로 진행됐습니다. 그런데 승인 버튼을 누르고 나서 문득 "이걸 왜 아직도 매번 눌러야 하지"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 자리에서 승인 절차 자체를 없애기로 했습니다. 사람이 매번 확인하는 대신, 시스템이 스스로 확인할 수 있는 조건들을 다 갖추면 자동으로 진행하고, 결과는 반드시 사후에 알리는 방식으로 바꿨습니다.

첫 날 오후의 소동 — 내가 직접 판 것도 의심한 시스템

시작한 날 오후, 예상 못 한 일이 하나 있었습니다. 현금을 좀 더 확보하려고 계좌에서 직접 상품 하나를 손으로 정리했는데, 시스템이 이걸 자기가 모르는 체결이라며 "승인 안 된 거래"로 의심하고는 안전장치를 발동시켜 매매를 통째로 멈춰버린 겁니다. 그것도 한 번이 아니라 두 번이나요.

웃기기도 하고 다행이기도 한 순간이었습니다. 내가 직접 한 거래조차 구분 못 하고 일단 의심부터 하고 보는 시스템이라니, 신경질적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이게 바로 의도한 동작이었습니다. 이후엔 사람이 직접 매매한 내역을 시스템에 정식으로 알려주는 절차를 새로 만들어서, 사람이 직접 개입할 때도 시스템이 헷갈리지 않게 해뒀습니다.

이번 주에 실제로 담았던 종목 중에는 현대차, 삼성전기, 하나금융지주처럼 낯설지 않은 이름들이 있었습니다. 화려한 테마주보다는 익숙한 대형주 위주로 조심스럽게 채워나가는 모습이었습니다.

판단이 두 번 옳았던 순간

이번 주 있었던 일 중 개인적으로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코스닥 종목 비중을 늘리는 시점을 두고 AI 자문과 의견이 갈렸던 일입니다. AI는 좀 더 신중하게 시점을 늦추자고 제안했는데, 저는 두 번 다 그 제안을 거절하고 제 판단대로 밀어붙였습니다.

나중에 돌아보니 그 판단이 두 번 다 맞았습니다. 자동화된 시스템이라고 해서 모든 판단을 기계에 맡기는 게 아니라, 이런 굵직한 결정은 여전히 제가 쥐고 있다는 걸 스스로 확인한 순간이었습니다.

둘째 날 — 조용히 새어나간 배포, 그리고 뒤늦게 찾은 낡은 기준값

이튿날엔 거래량이 늘었지만 사고랄 건 없었습니다. 대신 매일 오는 실거래 요약 알림을 조금 더 다정하게 다듬었습니다. 매수·매도를 한눈에 알아보기 쉽게 표기하고, 시간 대신 라운드 번호로 보여주고, 거래가 없는 날에도 하루 한 번은 "오늘은 조용했다"고 알리도록 했습니다.

이날 작은 배포 사고도 있었습니다. 코드를 고치고 재시작을 했는데, 정작 그 프로세스가 감시 목록에서 빠져 있어서 재시작이 반영되지 않았습니다. 오후에 와야 할 리포트가 안 와서야 뒤늦게 알아챘습니다. "아직도 안 왔네" 하고 확인하다가 발견한 사고였습니다.

같은 날, 계좌의 고점 대비 낙폭을 계산하는 기준값이 시작부터 잘못 잡혀 있었던 것도 발견했습니다. 실거래를 시작한 첫날의 잔고가 실수로 "역대 최고점"으로 저장돼 있어서, 원래 의도했던 "필요하면 당일 재량으로 다시 풀 수 있다"는 원칙이 실제로는 작동하지 않고 있었던 겁니다. 바로 고쳤고, 이번 참에 서킷브레이커나 리스크 킬스위치가 발동해도 다음 거래일엔 자동으로 풀리도록 정책도 정리했습니다. 사람이 옆에서 계속 지켜보지 않는 무인 운영으로 넘어가기 전에 꼭 정리해둬야 할 부분이었습니다.

앞으로

첫 주를 돌아보면, 크게 다친 곳 없이 넘어간 게 다행이라는 생각이 가장 큽니다. 문제들은 대부분 "실제로 돈이 오가기 시작하니까 비로소 보이는" 종류였고, 모의계좌에서는 절대 드러나지 않았을 것들이었습니다.

지금은 소액으로 시작했고, 앞으로도 규모를 키우는 건 아주 천천히, 사고 없는 날들을 충분히 쌓아가면서 결정할 생각입니다. 이 과정에서 겪는 일들은 앞으로도 작업일지를 통해 계속 남길 예정이니, 관심 있으신 분들은 편하게 지켜봐 주세요.